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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디자인 금고로 지구촌 여심 잡는다(세계일보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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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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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뷰] 디자인 금고로 지구촌 여심 잡는다…금고 수출 1위 선일금고
불황속 과감한 투자로 블루오션 개척
첨단기술·인테리어 접목 신제품 내놔
아시아 첫 美UL 합격 등 기술력 자랑
100여종 제품 생산·80여개국에 수출
관련이슈 : 글로벌 리뷰

  • ‘꽃문양에 반짝반짝 빛나는 하이그로시 광택, 크기가 작아 와인 냉장고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이 열리질 않는다. 윗면에 달린 터치형 숫자 패드에 여섯 자리 암호를 입력하자 그때야 속을 드러낸다. 한 뼘에 달하는 두꺼운 내벽, 거대한 빗장…’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 있는 선일금고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디자인 내화금고 ‘루셀’을 출시했다. 이 회사 김영숙 사장은 루셀은 ‘금고도 가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한 제품이라고 말한다.

    ◇김영숙 사장은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선두에 설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 금고업계는 세계 내화금고 시장 점유율 34.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72년에 설립된 선일금고는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이 경기 불황에 직면했지만 선일금고는 움츠리지 않고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신개념 디자인 금고라는 ‘블루 오션’ 개척에 나서고 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선일금고 파주 공장을 찾았다.

    ◆도전정신으로 시장을 선점하라=선일금고는 1970년대 내화금고 공개 시험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창업주였던 고 김용호 사장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금고를 불태우는 이벤트로 내화금고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그 후 아시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1999년 미국 UL(Underwriters Laboratories Inc) 내화·충격시험에 합격했다. 선일금고는 아시아 최초로 2007년엔 고기능성 방도금고인 ‘유로 그레이드 1’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세계 최초로 터치 버튼을 장착한 인테리어 내화금고 ‘루셀’을 출시했다.

    금고 시장은 선·후발 업체 간 단가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업체끼리는 물론이고 중국·동남아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선 기술 개발과 제작 효율성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 간의 기술 유출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공장 내부 전경
    이 회사 김태은 차장은 “다른 회사에서 산업스파이를 보내 현장을 엿보려 한 적도 있다”며 현장 공개를 조심스러워 했다.

    금고 제작 공정은 철판 절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절단된 재료들은 절곡 과정을 거쳐 용접 공정으로 이어지고, 외장 형태를 갖춘 금고는 천정에 설치된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해 도장 과정을 거친다.

    그 후 내화·방도 등 종류와 크기에 따라 나눠진 장소에서 조립 과정을 거친다. 내화재 배합 비율이나 잠금장치 설치 공정 등은 ‘절대 비밀’이다.

    회사 사무실이 위치한 2층으로 이어지는 본관 벽면에는 팀별 공정 개선 사항이 적힌 프린트물이 즐비하다. 이러한 지속적인 작업이 효율성을 높이는 힘이다.

    좀 더 견고하고 미려한 금고를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세계적인 금고 탄생의 단순한 비결이다. 미국 UL의 내화·충격시험에 합격하려면 섭씨 927도에서 일정시간 내부 온도를 섭씨 170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후 10m 높이에서 떨어뜨리고 다시 가열해 견뎌내는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2004년 양양 낙산사 화재 사건과 한국유통 화재 사건 등 큰불에서도 선일의 내화금고는 내용물을 무사히 지켜내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선일금고가 생산하는 각종 금고들.
    ◆고객 만족으로 세계 시장 노크=
    선일금고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100종 이상의 다양한 금고를 생산한다.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맞춤 제작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1976년 호주 수출을 시작으로 78년 중동, 79년엔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세계 80여개국에 금고를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선일금고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 처음 만든 디지털 금고를 수출했지만 내장 칩에 이상이 생겨 문이 열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고, 95년에는 수출 중 태평양을 지나던 선박에서 고열과 습기로 녹이 슬어 수천대가 회수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돌아온 금고가 얼마나 많았던지 공장을 둘러 담을 쌓을 정도였다.

    김영숙 사장은 “당시는 견딜 수 없이 힘들었지만 제품을 다시 납품해 오히려 구매자의 신뢰를 얻는 기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새로운 도전은 위험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선두에 설 수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최근 출시한 ‘루셀’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칙칙한 금고에서 탈피해 깔끔한 디자인으로 ‘금고 문외한‘인 주부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서울의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 1주일 행사에 40여대를 팔았고, 정식 입점을 앞두고 있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요즘이지만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선일금고의 목표는 야심 차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은 180억원, 올해는 매출 목표를 24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창사 이래 꾸준한 매출 신장을 실현하고 있는 선일금고는 불황이라는 장애물 앞에서도 당당하다.

    파주=글·사진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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